엠바고라고 하는 개그

청와대의 말도 안 되는 "YTN이 엠바고를 어겨서 유감" 論에 대해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단순히 "저건 엠바고(공익을 위한 알권리 제한)를 요청할 만큼 중대한 사안은 아니지 않냐"
라는 식의 반응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은데,

사실 엠바고란 단순히 특정 시점이나 조건이 만족될때까지 보도를 유예하는 것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 않은가?

정당한 엠바고도 있다. 예컨대 금상폐하™ 조지 W 부시가 2003년도 추수감사절 때 이라크를
방문했을 당시 보도진들은 대통령 경호문제를 이유로 엠바고를 요청받았다. 그래서 부시의
수행기자들은 부시가 이라크를 나갈때까지 이 건에 대해 보도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부시의 이라크 방문기간 자체를 바꿔 보도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유예기간이 끝난 다음에는 엠바고 사실 자체도 숨길 이유가 없었다.


YTN의 돌발영상이 엠바고를 깬 것인가? 당연히 아니다.

왜냐하면 지난 3월 5일 3시경 청와대 대변인은 당일 4시 정의구현사제단의 발표 이후까지
엠바고를 요청했는데 돌발영상은 3월 7일에야 방송되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엠바고 요청
사실을 공개하는 것도 아무 문제가 없다.


문제의 동영상을 보자



(일단 유튜브에도 여러 건 올라갔으니 이건 이제 거의 통제를 못한다고 보면 된다.)


청와대 대변인은 미리 해명을 해놓고, 4시에 사제단 발표하기 전까지는 그 말을
하지 않은 것으로 해달라고 요청한다.

이게 엠바고인가?
이건 단순히 해명사실을 늦게 보도해달라는 것을 넘어서, 마치 청와대가
사제단 성명발표 이후에 해명한 것처럼 보이도록 해달라는 요청에 다름아니다.

결과적으로 이건 말 맞추기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엠바고"였다면 일단 엠바고의 조건 대로 4시에 사제단 성명서 낭독이
끝난 뒤에는, "대변인이 사제단의 명단 발표 전에 미리 근거없다는 해명부터 했다"라는
코미디같은 사실이 보도되지 말아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지 않은가.

엠바고를 이유로 시간 순서상의 사실관계 자체를 뒤집거나, 뒤집힌 것처럼 이해되도록
호도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고, 그것을 바로잡아 알리는 것에 유감을 가질 일도 없다.




Post Script : 제가 생각하기에 엠바고 관련해서 더 문제는 "돌발영상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아니라, 정의구현사제단이 성명서를 발표하기 전에 청와대의 해명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
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거야말로 진짜 "누출"이라고 할 만하죠.

by shaind | 2008/03/09 12:02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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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라피에사쥬 at 2008/03/09 16:58
용어에 대한 개념은 없고, 그저 좀 멋져보이는 영어니까 무턱대고 써댄다는 느낌입니다;;
Commented by 안기 at 2008/03/09 17:10
뭐 기대도 안합니다. 다들 두뇌 용량이 2mb 이하의 집단이니...
Commented by 길잃은어린양 at 2008/03/10 17:37
엠바고가 뭔지도 모르는 걸 보면 영어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Commented by 케이디디 at 2008/03/11 10:27
안녕하세요. 링크 신고합니다.
Commented by 지나가다 at 2008/03/11 21:18
올리신 글처럼 상당히 문제가 있는 사안인 것은 맞습니다. 발표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미리 논평한다는 것은 너무 황당한 이야기죠.

하지만 제 경험으로 봤을땐 무언가 다른 사연이 더 있을듯...

1) 첫째 김변호사가 일관되게 이야기했던 것은 검찰 관련 인사들이므로 새 정부 각료/수석급 이상중 검찰인사의 숫자는 제한적인 점을 감안하면 사제단의 발표 내용을 추정하고 이에 대해 청와대가 사전 조사를 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었죠.

2) 둘째 이번 사전 브리핑을 기자들이 먼저 요구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도 음미할 대목이 있을듯...뉴스 편집 마감 문제 때문에 어차피 대응 방향이 결정됐다면 easy going하자고 상호 합의했을 가능성도 있을듯...다시 말해 이번 사안은 청와대 대변인측이 굳이 그렇게 할 이유가 없었으며 오히려 기자들 요구로 시작된 사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3) 엠바고의 사전적 의미와 상관없이 실무에서 봤을때 백그라운 브리핑에 대해 실명을 넘어 얼굴까지 박아서 보도했다면 피차 간에 완전히 판을 깨는 보도 행위입니다. YTN 본사에서 삭제를 결정한 것도 그런 룰을 위반한 것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고, 청와대 기자단(청와대가 아니라 기자들 모임인 기자단임)이 3일간 출입 금지 조치를 취한 것도 그 때문이죠.

4) 전체적으로 매우 무개념한 일련의 사건인 것은 맞지만 겉으로 드러난 것만으로 판단한다면 진실과는 오히려 거리가 약간 멀수도 있습니다. YTN 돌발영상이나 순수 인터넷매체와 달리 이른바 진보계열 활자매체 소속 기자들이 움직이지 않는 것도 이런 정황을 보면 충분히 이해가 가능할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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