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이 높은 일은 결국 일어나기 마련
by sha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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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용 과학 교재 씨 몽키

이글루에서 씨 몽키 이야기가 좀 나오길래[1, 2] 예전에 한 에세이집에서 읽은 재미있는 이야기가 생각나서 소개해봅니다.



[보기]




[사업가들]

얼마 전에 미국 서부의 동물학자들을 찾아간 일이 있다. 그들은 금년에 산에서 물이
솔트레이크로 너무 많이 흘러들어 이 짠물 호수의 염도가 떨어지는 바람에 여기
사는 짠물 새우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는 얘기를 했다. 이것은 물론 "멸종 위기에
처한 종"의 또 다른 예는 아니다. 왜냐하면 짠물 새우는 북아메리카 전체에 걸쳐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위기에 처한 갑각류의 이야기를
들으니 오래 잊고 있던 옛날 일들이 떠올랐다.

그것은 젊고 진지한 세 명의 젊은 과학자들 - 아주 희한한 상품을 내놓아 세계
시장의 한구석을 점령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 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제 사업가적
본능이 어떻게 이 젊은이들을 사로잡아 변덕스러운 모험으로 몰아넣었는가를 말하려
한다.

때는 1955년이었고 장소는 대학의 연구실이었다. 이들이 토론하고 있던 주제는
생물학적 정보에 관한 것이었다. 박테리아는 건조시켜서 절대영도 가까운 온도로
보관하다가 회생시켜 번식을 하게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세포를 형성하는 정보라는
것이 구조적으로 완성된 것이어서 과정상의 연속성은 불필요한 것이 아닐까? 결론은
분명 "그렇다"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여기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 좀 더 복잡한 고등 생물의 세포도 그렇다고 말할 수 있는가?

좀 더 정교한 실험대상을 찾다가 이들은 짠물 새우인 아르테미아에 착안했다. 이
새우는 솔트레이크 바닥 진흙 속에 알을 낳는데, 이 알은 건기가 되면 수면이
낮아지므로 그대로 말라버린다. 그러나 이듬해 봄이 되면 산에서 흘러내리는 물로
호수면이 도로 올라가 이들을 적시고 알은 다시 성장을 계속, 마지막에는 부화되어
조그만 새우들이 무수히 해엄쳐 나온다. 이 알들은 건기가 몇 년씩 계속되어도
살아남아서 다음 우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중략)


이 실험 과정에서 젊은이들 중 하나가 아르테미아 새우의 용도 한 가지를 또
발견했다. 이 새우를 어린이용 현미경 세트에 끼워 팔자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어린이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현미경을 받았을 경우, 때가 겨울이므로 관찰할 만한
생물체를 찾기가 쉽지 않다. 새우가 부화하는 과정을 본다면 재미도 있고
교육적으로도 좋을 것이다. 젊은이는 나머지 두 사람에게 이 이야기를 했고, 그 중
하나는 A. C. 길버트 사(社)에 아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 회사는 당시 미국 굴지의
과학 완구 제조 회사였다. 즉시 동업을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얼마 후 세 명의
젊은이를 가리켜 "......이하 [을]이라 한다", 길버트 사를 가리켜 "......이하
[갑]이라 한다" 하는 내용의 계약서가 작성되었다. 계약조건 중에는 [을]이 이
장난감의 사용설명서를 작성할 것, 그리고 다른 완구 회사와 같은 계약을 체결하지
말 것 등의 조항도 있었다. 그리고 [을]은 2년간에 걸쳐 새우 알을 독점 공급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1956년 크리스마스를 기해 길버트 사의 장난감 현미경 세트에는
말린 새우 알과 설명서가 곁들여졌고 또 하나의 히트 상품으로 기록되었다.

이 아이디어는 성공을 거두어서 이듬해에는 새우 알이 과학 완구에 광범위하게
쓰이기 시작했다. "바다 원숭이"로 명명된 이 짠물 새우의 광고가 나가기 시작했고
아르테미아 새우는 장난감과 과학 교재로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계약을 연장할 때가 되자 이 세명의 젊은 과학자들은 단순하고도 과감한, 그리고
전형적인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할 만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즉, 새우 알 시장의
상당부분을 점령해서 가격을 마음대로 통제하자는 것이었다.

이들은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 새우 알을 주문했고 유타 주의 오그덴으로부터 이곳
코네티컷 주의 뉴 헤이븐으로 주문품이 배달되기 시작했다. 새우 알로 꽉 찬
4리터들이 페인트 통들이 이곳에 있는 어느 집의 지하실에 쌓이기 시작했다. 인상된
새로운 가격을 제시하는 이 젊은 "사업가" 들의 머릿속에서는 호화 요트와
스포츠카가 춤을 추고 있었다. 그러나 몇 주가 가고 몇 달이 흐르자 이들의 부푼
꿈은 걱정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완구 업체들이 새로운 새우 알 공급원을
찾아냈다는 소식으로 이들은 더욱 큰 걱정에 빠졌다.

이 젊은이들이 미처 보지 못한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생태학적인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경제학적인 것이다. 이 "아르테미아 살리나" 라는 새우는 매우 널리 퍼져
있는 종이고 완구 회사는 루이지애나에 이를 공급하는 회사가 있음을 알아냈던
것이다. 완구업자는 거래의 법칙 - 같은 물건에 가장 낮은 값을 매기는 공급자를
선택하는 법칙 - 에 따라 사업수완을 발휘하여 이 신참 사업가들을 패배시킨
것이다.

이들은 새우 알 도매업자도 아니었으므로 돈을 지하실에 있는 새우 알 깡통에 모두
묶어둘 수는 없었다. 그리고 이것은 젊은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되었다. 돈을
마련하기 위해 젊은이들은 새로운 시장을 찾아나섰다. 다행히도 이들은 짠물 새우의
용도를 전혀 엉뚱한 곳에서 발견했다. 갓 깨어난 새우들은 금붕어의 먹이가 되므로
애완동물 가게에서 이 새우 알을 사들인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깡통들은 일정한
값으로 팔려나갔고 젊은 과학자들은 장사에서 손을 뗐다.

이 이야기는 과학자의 윤리에 관해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특히 오늘날처럼 점점
더 많은 과학자들이 상업적 프로젝트에 관여하는 시대에는 말이다. 그러나 윤리에
관해서는 이미 이솝이 할 이야기를 다 해놓았으므로 이 청년들에 대한 후일담으로
이 이야기를 마치려 한다.

길버트 사는 새우와는 관계 없는 다른 이유로 문을 닫았고 젊은이들은 전공인
생물학과 의학 공부를 계속했다. 그러나 이들이 끼친 영향은 오늘날까지 볼 수 있다.
아직도 새우 알은 과학 완구에서 계속 쓰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난 오늘날도
어릴 때 새우 알 완구를 갖고 놀거나 과학 교재로 쓴 일이 있다고 말하는 학생들을
본다. 이건 내게는 즐거운 일인데, 왜냐하면 여러분도 이미 짐작하셨겠지만, 처음 이
아이디어를 낸 젊은 과학자는 바로 나였기 때문이다.

해럴드 J. 모로비츠, "The Thermodynamics of Pizza(피자의 열역학)" 고려원미디어 1992, pp.117-120




만약 모로비츠가 이 "아이디어"를 특허로 등록하는 게 가능했다면 이 이야기의 결말은
좀 덜 재미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짠물 새우를 과학용 교재로 쓴다는 아이디어
같은 게 특허가 되기는 힘들겠죠, 아마도.




개인적인 이야기를 좀 하자면, 제가 이 책을 읽은 것이 1990년대 중반 중딩 무렵이고, 이 때는 국내에
아직 "씨몽키"라는 것이 소개되기도 전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약 2000년대 초반부터 여기저기서 "씨몽키" 운운하는 이야기가 잡지상이나 다른 소스를 통해
들려오기 시작했는데, 저는 약간의 시일이 지나서야 저 "씨몽키"가 제가 모로비츠의 글에서 읽었던 그
"바다원숭이"였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모로비츠의 글에서 느껴진, 그래서 제가 저 "시몽키"에 대해 갖고 있던 느낌은 "먼 옛날에 있었던 일을
차분히 회고하는 분위기" 같은 것이었는데, 한참 지나서야 갑자기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씨몽키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고 또 각광받는 것을 보니 왠지 좀 이상한 기분이 들긴 하더군요. 물론 지금은 우리나라에서도
씨몽키가 (치킨집 경품으로 나올 정도로) 흔한 과학 교재로 되긴 했습니다만.








by shaind | 2009/01/06 22:15 | 본 것과 들은 것 | 트랙백(1)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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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상식적이고 뜬금없는 떡.. at 2009/01/15 16:11

제목 : 교육용 과학 교재 '씨 몽키' 탄생 비화
씨몽키, 우리말로 짠물 새우는, 아이를 키우시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들어보셨을 과학교재입니다. 살아있는 미니 애완동물의 컨셉을 가지고 있지만, 그 본질은 실험관찰용 교재입니다. 그 씨몽키가 탄생한 것이 1955년이었다고 하는군요. 54년전 일이네요. 씨몽키가 탄생하고 성장하는 과정에 있었던, 에피소드입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세요. :) ...more

Commented by 새벽안개 at 2009/01/07 11:23
알테미어 알은 열대어 치어의 사료로 쓰이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저는 초등학교5-6학년때 사서 집에서 소금물에다 부화 시켰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가 1980년대 초반이었습니다.
Commented by 자그니 at 2009/01/10 01:54
재미있는 에피소드인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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