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장문의 뻘글이라 가려둡니다.
이오공감 신고 문제는 이오공감 2.0이 처음 생겼을 때부터 배태된 문제지만,
별다른 정치적 화제가 존재하지 않던 시기에는 이 문제 역시 화제에 오르는
일이 드물었다. 아마 예외는 "망콘콘"의 이른바 "셋이 합쳐 뷁만파워" 사건
정도 뿐이었을 것이다.
애초에 평소의 평온한 분위기에서는 이오공감에 올라간 글이 신고로 내려가는
일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이건 사실 당연한 것이라고 하겠다. 또한 그만큼
신고 중에서 정파적 혹은 개인적 적대감에 의한 신고가 많다는 뜻일 수도 있다.
예컨대 최근의 사례에서
이 글이나
이 글, 그리고
이 글 등은 신고당할만한
글이라고 보기에는 상당히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오공감에 올라가자마자
신속하게 내려졌다.
신고시스템의 문제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지적되는 것과 달리, 달랑 세 사람의 신고로 글이 내려간다는
것이 문제가 될 수는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왜냐하면, 이오공감은 엄연히
이글루라는 (일종의)포털 사이트의 전면에 노출되는 글인데, 이런 노출도는
그 자체가 영향력이며, 위험하게 행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고 악용의
경우와 비슷하게, 이오공감 자체도 단 5개 추천만으로 올라간다는 점을
상기하자) 한편 당위의 차원에서 본다면, 설사 이오공감에 올라간 글에 의해
권익을 심각하게 침해당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단 한 명에 불과하더라도
그 글은 내려져야 한다.
그래서 일부에서 주장되는 것처럼 추천수와 대등한 숫자, 혹은 추천수와
비례하는 숫자의 신고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예컨대 이른바 "개똥녀"사건 같이 피해자가 동정적 여론을 얻기 어려운
상황에서 압도적 불특정 다수에 의한 행동이 피해를 유발하는 경우, 이를
자체 시스템으로 막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결국 그런 식의 시스템이 허용되는 것은 우리학교 조크 보드나
네이버 붐업/붐따 처럼 거의 전적으로 무해할 것으로 추정되는 컨텐츠를
다루는 수준에서 뿐일 것이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점에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현 시점에서는 과거의
여러 사건들로 인해 이미 인터넷에서의 군중들의 행동은 그 자체만으로
정당성을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이 명백하므로, 그 점을 더이상 자세하게
논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즉 원론적으로는, 예컨대 기백 명이 추천한
글이라도 세 사람의 신고만으로 내려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어떤 유저들은 신고 자체보다도 신고 세번이 들어오면 무조건 글을
내려버리도록 조치한 운영자들의 "무뇌성"을 더 성토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즉 운영자는 그 신고가 장난성은 아닌지, 정파적 반대에 의한 것은
아닌지 등등을 면밀히 따져보고 글을 내리던가 하는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점을 성토하는 것이다.
즉 유저들은 이글루스 운영자의 개입을 더욱 더 바라고 있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이오공감 2.0의 "취지"에 잘 부합하는 것인지에 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애초에 이오공감 2.0이 등장한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추측이긴 하지만) 매우 운영자 중심적이었던 기존 이글루 메인 시스템을
좀 더 유저 중심적으로, 유저에 의해서 움직여지며, 유저들의 자율에 의해
조절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었을 테다. 이오공감에 오르는 것이
일종의 권력이라고 한다면, 3회 신고로 내려지는 것은 그 권력에 대한
견제의 수단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렇게 해서 이글루라는 포탈의 메인
페이지가 유저들 사이의 "견제와 균형"에 의해 동적 평형을 이루도록 한
것이 이오공감 2.0 기획자들의 의도가 아니었을까.
이제는 먼 옛날 일이 되어서 잘 기억이 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개별
유저들의 의사와는 전혀 무관하게, 철저히 운영자 중심적으로 흘러가던
2.0 이전의 이오공감에 대한 악평이 대단했기 때문에 이런 식의 시스템이
나온 것이다. 현재의 상황은 왠지
어느 우화를 뒤집어놓은
듯한 느낌이 아닌가?
만약 가능하기만 하다면, 운영자의 개입이 없거나 최소화된 상태에서
유저간의 견제와 균형을 통해 서비스의 내용을 조절하는 것이 유저 제작
컨텐츠(블로그글)를 제공하는 포털인 이글루스의 특성에 맞을 거라고
생각한다.
가능하기만 하다면...
마지막으로 한 가지 문제가 있다.
몇몇 신고사례에서 운영자들은 유저들이 요구한 대로 (부적절한)신고에
의해 내려간 글을 이오공감에 복귀시켰다. 그러나 이걸로 문제가 해결된
게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 시점에서 그 글은 이미 이오공감의 뒷페이지로 밀려나버렸기 때문이다.
당연한 이야기가 되겠지만, 뒷 페이지로 넘어가버린 이오공감은 기한이 지난
백화점 세일 전단지 만큼이나 쓸모없는 존재다.
이 문제는 이오공감 신고에 대한 운영자 개입이 어떤 한계를 가지는지
보여준다. 운영자가, 특히 어떤 한 토픽에 대해 이글루에서 마구 논쟁이
벌어지고 있을 때 이오공감에서 신고되는 글을 모두 읽어보고 또 거기에
대해서 올바르게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일텐데,
아마 짧아도 하루 정도는 걸리지 않을까. 이 시간 안에 이오공감 글은
그 쓸모를 상실할 수 있다. (논쟁이 격화된 시기의 이오공감은 올라온 글이
하루만에 뒷 페이지로 밀려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신고가 올라왔을
때, 먼저 내리고 나중에 검토해서 복귀시키든, 반대로 일단 검토한 뒤에
내리든 간에 그 결정이 너무 늦게 이루어지면 전체 시스템이 무용해질 것이다.
이 문제의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 중 하나는 운영 인력을 늘리거나 인력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이글루 사이트가 아닌,
SK커뮤니케이션이라는 사기업의 운영에 관한 문제이니 손대기 어려울 것이다.
곧 이오공감 2.5가 나온다고 하니, 이글루스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지켜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