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02 20:02

음계와 조율과 수학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 [3] 음악

음계와 조율과 수학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 [1]
음계와 조율과 수학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 [2] 로부터 이어지는 글입니다.


1. 저는 기본적으로 음악 전공자가 아니므로 이 글에는 용어의 혼동이나 개념상의 오해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2. 도표나 그림은 클릭하면 커집니다.


[보기]



앞의 글에서는 순정 완전5도의 12음계적 확장이 내포한 모순 때문에, 필연적으로 음계는 완벽한 정수비로부터 조금 이탈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오늘은 이러한 Temperament(음률)에 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4. 중전음률

앞서서 Pythagorean comma(혹은 "늑대")가 완전5도를 통상보다 더 좁게 만들어서 불협화적으로 한다는 것을 이야기했습니다. 한편 또 하나의 comma, 곧 Syntonic comma는 장3도를 통상보다 더 넓게 만들어서 불협화적으로 한다는 것도 잠깐 언급했죠. 그런데 Pythagorean comma는 약 1.01364...이고 Syntonic comma는 1.0125로서, 대략 비슷한 편입니다. 물론 작용하는 방향은 반대구요. 그래서, 5도권 상의 3도들 중에 "늑대"5도가 포함된 것들은 다른 3도들보다 더 "순정하게"(간단한 정수비 5/4에 가깝게) 됩니다.


1
( "늑대"가 포함된 12음계에 나타나는 순정에 가까운 장3도들의 예시[1])


예컨대 위와 같은 5도권에서, 도-미(C~E, 5도권에서 네 칸 건너간 자리)사이의 간격은 81/64로 비교적 불협화적이지만, 실선으로 표시해놓은 5도들, 예컨대 C#~F 사이는 81/64보다 조금 좁은 간격이 되니까, 80/64(=5/4)에 가깝게 되어 오히려 좀 더 협화적이게 되는 것이죠. 즉, Pythagorean comma가 Syntonic comma를 상쇄시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중전음률(Meantone Temperament)의 아이디어가 나옵니다.

만약 Pythagorean comma를 잘게 나누어서 5도권 상의 몇몇 5도들에게 분배해줄 수 있다면, 일단 "늑대"의 불협화성은 (없앨 수는 없지만) 어느정도 경감할 수 있습니다. 한편 5도권상에서 이 나누어진 Pythagorean comma가 위치한 곳 근처에서는 Syntonic comma로 기인하는 장3도의 불협화성도 경감할 수 있게 되죠. 그러므로 장3도와 완전5도의 사용가능성을 서로 절충해서 Pythagorean comma를 적절히 나누어 분배할 경우, 12음계에서 얻을 수 있는 24개의 장단조 조성 가운데 상당부분에서는 불협화음이 완화된 제법 "쓸만한" 7음계를 얻을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중전음률(Meantone Temperament)인 것입니다. 중전음률은 Pythagorean comma를 나누어 배치하는 방법에 따라 여러 가지가 존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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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rnberger III Temperament"
( -¼ 은 Pythagorean comma를 4등분한 것 만큼 간격이 좁아져 있다는 뜻.
실선의 0은 장3도가 순정 정수비에 거의 근접함을 의미)


위와 같은 간단한 사례에서 이 중전음률이 가지는 특성을 알 수 있습니다. 먼저, 다 장조(C maj.)의 장3도, 그러니까 C~E 사이는 Pythagorean comma 만큼 좁아져 있어서 상당히 "순정"합니다. 한편 완전 5도는 불협화적이긴 하지만 "늑대"5도에 비해서는 훨씬 불협화성이 완화되었죠. (귀여운 "아기늑대"수준?) 한편 다 장조의 근친조(사 장조와 바 장조)에서는, 장3도는 다장조에서보다 조금 더 불협화적이고 (Pythagorean comma의 3/4만큼만 좁아졌으니까), 5도는 여전이 완화된 불협화성을 가집니다. 반면 다 장조와 거리가 먼 조성, 예컨대 올림 바 장조 같은 경우는 완전5도는 매우 협화적인 반면 장3도는 syntonic comma의 불협화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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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a를 나누어 배치하는 음률의 몇 가지 예시.
아래는 육등분한 comma를 사용하는 경우



Pythagorean comma를 사등분해서 배치한다는 아이디어는 장3도의 협화성과 완전5도의 협화성 사이에서 아주 좋은 절충점이 되었다는 점이 판명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모든 5도를 comma의 4등분 만큼 좁힌 음률(Temperament)이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흔히 중전음률이라고 하면 이 Quarter-comma Meantone을 가리킵니다. 즉 모든 5도가 Pythagorean comma의 ¼만큼 좁게 맞춰져 있고 그 대신 대단히 많은 장3도들이 순정에 가깝게 되어 있죠. 아, 물론 이렇게 하면 당연히 어느 한 부분에서는 Pythagorean comma보다 더 큰 불협화성이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림에서도 나타난 것 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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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rter-comma Meantone"
협화적인 장3도의 숫자가 굉장히 많은 대신 완전5도의 협화성은 상당히 사라졌다.
(G#과 Eb 사이에 Pythagorean comma보다 더 큰 (+1¾) "늑대"가 들어간 것에 주목)





(그러니까 대략 이런 느낌이랄까...)





...당연히 이런 Quarter-comma Meantone은 장3도와 완전5도, 다시말해 피타고라스 음계와 프톨레미우스 음계를 각각 확장할 때 나타나는 모순점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 주목적이었습니다. 모든 음계를 연주할 수 있는 자유도가 낮다는 건 pythagorean comma가 들어간 평범한 피타고라스 음계와 마찬가지죠.

한편, 건반악기에서 이런 "늑대"를 회피하려는 노력은 다른 방향으로도 나타났는데, 앞의 글에서 "5도 나선(Spiral of Fifths)"을 언급하며 무한히 많은 수의 음들이 생긴다는 이야기를 했었죠. 실제로도 건반악기에서 건반의 숫자를 늘리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6

이렇게 2개의 음을 추가시키면 연주하는 조성에 따라서 서로 다른 "이명동음"(실제로는 같은 음이 아닌...)을 사용할 수 있으니 연주의 자유도를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이런 음계는 아래와 같은 건반으로 연주할 수 있죠.


한 옥타브 안에 14개의 건반을 가진 건반악기.
(Eb/D# 과 G#/Ab 에 해당하는 "검은건반"이 두 개로 나뉘어져 있음에 주목)



(또다른 예)


이렇게 하면 어느 정도는 "늑대"를 피해갈 수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5도 나선(spiral of fifths)은 무한히 많은 음을 만들어낼테니, 이것 역시 모든 조성에서의 연주의 완전한 자유를 의미하지 못하는 임시방편에 불과합니다.

역사적으로는, 옥타브 안에 최대한 많은 숫자의 음을 넣으려 하다 보니 아래와 같은 건반이 연구되기도 했습니다.



마린 메르센이 연구한 31개의 키를 가진 건반


당연하지만 이런 악기로 연주하는 것은 좀 무리겠죠.



(다음 글로 이어집니다)



각주
[1] 이번 글에 나오는 모든 5도권 그림들은 호주의 하프시코드 제작자 캐리 비비의 홈페이지가 출처입니다.






덧글

  • 漁夫 2009/05/06 22:33 # 답글

    제 홈페이지에 조율 관계 글을 올린 것이 2007년 6월이니 어느 새 거의 2년이나 지났군요. ^^;;
  • 2009/07/04 11:54 # 삭제 답글

    이글에 관련된 내용을 다룬 국내 번역서적 없나요? 있으면 추천좀 해주세요..
  • shaind 2009/07/04 16:46 #

    죄송합니다. 제가 본 바로는 중전음률이나 다른 비 평균율 조율법에 대해 다루는 서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 Carey 2011/04/04 06:01 # 삭제 답글

    Please contact me regarding the use of my temperament diagrams on this page.
  • 조달사 2011/05/09 17:06 # 답글

    대단히 감사합니다.. 물리 선생인데.. 평소에 정상파와 음악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데.... 이곳에서 많은 지식을 얻어갑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엄치 없지만 부탁이 있습니다. "중전음률"를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실수 없을까요... 그림으로, 음악에 우매한이라 설명을 알아 듣기 힘드네요... 그래도 재미는 있습니다. 수업에 많은 참고를 하고 있습니다...
    수고하세요...
  • 2011/12/16 20:48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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