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21 22:23

udis의 오독 WebLog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노무현의 대미외교 관련 논쟁을 보면서, 이건 뭔가 아니다 싶은 부분이 있어서 써본다.



※ 이 논쟁을 접하지 못하셨던 분들은
"2차 북핵위기를 돌아보며"
"sonnet님의 '2차 북핵위기를 돌아보며'에 대한 단상
먼저 읽고 나서 보시기를 권합니다.



1.



sonnet님은 불카누스라는 그룹이 주로 북한에 대한 전쟁을 주장했고, 부시는 상대적으로 북한에 대해 온건한 입장이었던 것처럼 묘사하고 있지만,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에 대한 행동을 준비하고, 평양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추진해 나갈 무렵인 2002년 말과 2003년 초, 미국의 불확실하고 임시방편적인 북한 정책은 럼스펠드의 “적어도 지금은 아니다”는 말로 요약됐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 문제를 외교관들의 손에 맡겨 놓고 있었다”

프리처드의 글에 의하면 북한에 대한 부시의 입장은 sonnet님이 불카누스라 묘사한 그룹과 동일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udis, "sonnet님의 '2차 북핵위기를 돌아보며'에 대한 단상"
적색 표시는 인용자에 의함



이것이 udis라는 분의 문제의식이고, 또한 그 오독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udis님은 sonnet이라는 분이 [강경한 불카누스들과는 달리 부시는 북한에 적대적이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는 식으로 글을 써내려가고 있다. 그러면서 부시가 북한을 나쁘게 생각했다는 근거를 든다.

내가 보기에 이런 논리는 sonnet님 주장의 핵심을 보기좋게 비껴나간 것이다.
우선 세칭 "불카누스들"이 누구인지 간단히 알아보아야겠다.


The Vulcans is a nickname used to refer to Republican Presidential candidate George W. Bush's foreign policy advisory team assembled to brief him prior to the 2000 U.S. presidential election. The Vulcans were led by Condoleezza Rice and included Richard Armitage, Robert Blackwill, Stephen Hadley, Richard Perle, Dov S. Zakheim, Robert Zoellick and Paul Wolfowitz. Other key campaign figures including Dick Cheney, George P. Shultz and Colin Powell were also closely associated with the group but were never actually members. During the campaign, Bush sought to deflect questions about his own lack of foreign policy experience by pointing to this group of experienced advisers. After the election, all the members of the team received key positions within the new Bush administration.

출처 : "학술적으로 인용할 물건은 못되지만 간단한 사실관계를 간편히 찾아보기에는 최고인 위키페디아"



우선 멤버들이 화려하다. 콘디 라이스로부터 폴 울포위츠까지. 대개는 네오콘의 주요 브레인들로 평가되는 인물들이다.(몇가지 예외를 제외하고.) 또한 이들은 외교와 국제정치를 잘 모르는 부시를 어시스트하기 위해 부시가 지명해서, 당선후 높은 지위에 올라 부시를 보좌했던 인물들이다.

부시는 근본적으로 네오콘에 속하는 인물이다.

부시는 네오콘이었고, 그가 활용한 인력 풀도 네오콘에 속하는 인물들이다. 그들은 (전적으로는 아니더라도) 부시와 세계관을 대략 공유하는 인물들이었다. 즉, 이라크 전쟁이 기획되던 당시를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사담 후세인 같은 "사악한 독재자"들을 도덕적으로 혐오하고 "세계유일의 초월적 군사 강대국으로서 자유민주주의를 전파할 미국의 책임"을 자각하는 그런 부류의 인물들이다.

그러니까 이 문제에 관한 한 이들을 부시와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은 별로 맞지 않는 것이고, 결국 "사악한 독재자들"을 도덕적으로 혐오한다는 점은 부시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부시가 김정일이라는 독재자를 혐오했다는 건 이제는 아무나 다 아는 사실이고 그래서 (대통령으로서는 부주의하게도) 김정일 혐오 발언을 언론에 노출했던 것 역시 잘 알려져있다.

그런 고로, 만약에 udis님 말대로 sonnet님은 불카누스라는 그룹이 주로 북한에 대한 전쟁을 주장했고, 부시는 (이들과는 반대로) 상대적으로 북한에 대해 온건한 입장이었던 것처럼 묘사(앞의 인용문 참조) 했다면, 그것은 sonnet님이 사실관계를 잘못 파악한 것이라는 말이 될 테다.

그리고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2.


실제로 sonnet님이 했던 말은 어떤 것이었는지 되살펴보자.




(해당 포스트의 인용문. 적색, 청색 표시는 sonnet에 의함)


그러니까 sonnet님은 udis님이 오독한 것 같은 주장은 하지 않았다. 그는 부시와 불카누스를 구분한다던가 하지 않았던 것이다.
(부시가 어찌 했다는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불카누스부터가 강경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결국 이 문제에 관한 sonnet님이 실제로 한 이야기는 대략 이런 것이다 : 『미국은, 그러니까 미국대통령과 불카누스들은 현실적인 이유와 여건의 차이 때문에 (비록 정책결정자 개인들은 독재자 김정일을 혐오하고 있긴 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에서 했던 것 같은 북한 침공을 실제로 구체적으로는 의도하지 못했다.』
(괄호안은 필자가 임의로 채워넣음)

그러니 udis님이 부시가 실제로 얼마나 김정일을 혐오하고 또 축출하고 싶어 안달이 났는가 하는 이야기를 아무리 해도 별로 상관이 없는 것이다.

“너무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시도할 경우, 그러니까 이 자가 쓰러질 경우 국민들이 져야 하는 재정 부담이 너무 클 거라는 거요.”

이 문장을 보면 부시는 '너무 서두르는 입장'에 속해 있고, 서두르지 말자는 입장을 표하는 사람들에 대해 참조하는 정도 수준의 인식을 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
(udis)


예컨대 이런 문장들도 실은 (위의 1. 에서 언급했듯이) 당연한 이야기에 불과한 것이고, 실제로 sonnet님의 주장을 논박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닌 셈이다.




3.


왜 이런 오독이 생겼을까?

아마 다음과 같은 미국의 "모순된"(?) 행동 때문이었을 것이다.

① 부시의 외교정책을 결정하는 "이너 서클"들은 대개 후세인 같은 독재자를 혐오하고 축출하려는 성향을 명백히 가졌다.
② 그런데 부시의 실제 대북정책에는 그 정책결정자들의 성향이 별로 반영되어 있지 않다.


sonnet님의 글에서는, 이런 모순이 발생한 건 북한이 이라크와는 달리 군사 개입을 할 만한 여건이 못되고 북한 정권이 가진 위험성도 이라크만큼 높지는 않았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언급되어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불카누스들의 새 독트린이 이라크와 달리 북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북한은 교전이 시작되자마자 남한을 공격해 서울을 초토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선제공격이 가능한 국가가 아니었다. 북한은 또한 민주주의 확산을 위한 시범 프로젝트의 대상 국가가 될 수도 없었다. 일부 불카누스들은 사담 후세인을 제거해 이라크를 아랍의 정치문화와 중동 전체의 정치를 변화시킬 수 있는 민주주의 모델로 탈바꿈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동아시아 지역의 경우, 이미 일부는 민주주의 국가가 되어있는 상태였고, 나머지들도 북한의 뒤를 따르지는 않을 국가들이었다. 이라크는 정세가 불안정한 지역의 중심에 위치해 있을 뿐 아니라 그것과 복잡하게 얽혀있는 나라였지만, 북한은 급성장하는 지역의 한가운데 놓여 있지만 고립돼 있는 나라였다.

(중략)

하나의 그룹으로서 불카누스들은 자신들의 경력 내내 군사력에 집착해 왔다. 그러나 북한은 이라크 문제와는 달리 군사적 해법이 유용하지 않을 것 같은 나라였다.

James Mann, "Rise of the Vulcans", sonnet의 인용을 재인용




그런데 udis님은 이 부분은 놓친 것 같다.

그래서 udis님은 그 밑에 인용된 기사, 곧 『부시가 (아마 영업용일지도 모르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는 기사 인용문을 읽고 그것을 바탕으로 udis님의 상상의 세계 속에 있는 sonnet님의 주장을 새로 창조해낸 것이다.


사실 sonnet님의 주장(글의 핵심적인 부분은 아니지만)과 udis님의 주장은 그렇게 간극이 크게 차이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몇 차례에 걸쳐 북한과의 전쟁을 단단히 결심한 바 있다. 하지만 전략 시뮬레이션 결과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재래식 전투를 치르더라도 어마어마한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점을 깨닫고 포기했다. 이걸 뭐 북한 측 주장이라고 반박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udis)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큰 차이가 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비슷한 이야기다. 즉, 미국은 북한에 군사력을 들이밀 때 (효과에 비해서) 들어갈 비용이 너무 커서 그냥 말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오독을 제거하고 나면, udis님과 sonnet님이 갖고 있는 핵심적인 견해 차이들이 수면으로 드러나서 토론은 좀더 정곡을 찌르는 것이 될 테고, 나같은 토론 관전자들에게도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이 오독이 의도적인 게 아니었다면 그렇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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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09/06/21 23:1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udis 2009/06/21 23:19 # 답글

    죄송한데 gforce라고 하는 애새끼가 논쟁과 상관없이 제 뚜껑을 열어놔서, 답글은 좀 늦을 것 같습니다.
  • ουτις 2009/06/22 03:28 # 답글

    사실상 논쟁이 성립될만한 구도는 아닙니다. 한쪽은 결과론으로 논하고 있고 한쪽은 당시의 상황으로 논하고 있기 때문이죠.

    http://www.nytimes.com/2001/03/08/world/bush-tells-seoul-talks-with-north-won-t-resume-now.html?scp=75&sq=bush%20north%20korea&st=cse

    2001년 3월 8일자 nytimes기사에,

    Today Mr. Bush made it clear that he had little intention of following Mr. Clinton's path, at least not now. In a brief exchange with reporters after meeting Mr. Kim in the Oval Office, Mr. Bush said: ''We're not certain as to whether or not they're keeping all terms of all agreements.''

    Mr. Bush had said, ''When you make an agreement with a country that is secretive, how are you aware as to whether or not they are keeping the terms of the agreement?''

    다시 말해서 미국 국내에서조차 미국이 제네바 합의의 틀을 유지할지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했다는 것입니다. 주류 언론인 뉴욕 타임즈에서 떠들 수 있을 정도로 말이죠.

    2002년 10월 26일자로는,

    Mr. Bush, his aides have said in recent days, has no intention of repeating the path taken by the Clinton administration in 1994, when it agreed to provide energy to North Korea in return for its freezing of its nuclear programs.

    핵동결에 대한 대가로 에너지를 제공하는 과정을 반복할 의도가 없다면, 대체 제네바합의의 무엇을 깰 의도가 없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할까요? 핵동결과 중유 공급, 경수로 제공의 deal이야말로 제네바 합의의 실체인데 말이죠.

    노무현 정권이 들어선 2003년은 시점은 이런 시기였고, 이것을 설레발이니 노심초사니 하는 말로 정리하기는 쉽습니다만, 결과론일뿐더러 꼭 그렇게 믿어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직접적 전쟁이 아니라 압박 전략을 통한 북한 체제 붕괴 시도라면 더욱 그럴 것이구요.

    sonnet님이 언급한 '미국이 하나의 머리만 달린 괴물'이 아니라는 지적은 그분 자신의 의견에도 적용될 수밖에 없습니다.
  • sonnet 2009/06/22 14:17 #

    제 글이 결과론적이라는 것은 적절한 지적입니다. 당시 알 수 있었던 지식의 한계를 들어 옹호하는 것은 부분적인 방어를 제공하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2001년 3월 8일자 기사는 새 행정부가 협정의 개정을 희망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지금 가용한 지식으로는 그게 후의 Bold approach로 정리될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고, 당시 가용했던 불완전한 지식으로는 부시가 이 문제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밀어붙일지 분명치 않았다는 정도로 말할 수 있습니다.

    두번째로 든 2002년 10월 26일자 기사는 북한의 강석주가 우라늄 비밀핵개발을 시인하고 그것이 언론에 공개된 후의 기사로 전혀 놀랄 것이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제네바 합의가 계속될 수 있다고 보는 건 무리죠.
  • 스타라쿠 2009/06/22 04:57 # 답글

    의도적이었다면 잘못된 행동이고
    의도적이지 않았다면 글을 못읽는 게지요.

    본문도 문제지만,
    솔직히 글에 달린 리플들이 너무 저질입니다. 싫으면 그냥 싫다고 할 것이지.
  • 하지만 2009/06/22 12:19 # 삭제 답글

    마음에 안드는 소릴 하면 블로그로 찾아가 찢어죽인다는 소릴 하는 사람이랑 대화를 시도한다는 자체가에러라고 봐요. 아.. udis 이야기임
  • 케이디디 2009/06/22 12:37 # 답글

    http://ash2ash.egloos.com/2411976

    의 두번째 짤방이 이번 댓글난리의 주요 원인이 아~닐까요
  • sonnet 2009/06/22 14:38 # 답글

    감사합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을 대부분 해 주신 것 같네요.
  • 2009/06/22 19:0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sizzleyou 2009/06/22 19:17 # 답글

    씩씩, 감히 우리 노짱을 깠어? 우와아아앙~
  • 만슈타인 2009/07/21 04:55 # 답글

    여기 리플들도 왜 갑자기 노짱이 튀어나오고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리처드 아미티지하고 콘돌리자 라이스하고, 파월하고, 울포위츠를 동일 그룹으로 두었다는 게 참 저로써는 의심스러운게 키신저 사단의 밑에 밑에 세대인 콘돌리자 라이스하고, 군출신의 콜린 파월하고, 제 기억이 맞다면 클린턴 행정부 때도 국무부 부장관이었던 리처드 아미티지하고, 더군다나 친중적 발언을 하는 로버트 졸릭까지 끼우고, 거기에 네오콘에서 상당히 보수적인 울포위츠까지 끼우는 건 약간 뭐가 아니라 보는 입장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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