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이 높은 일은 결국 일어나기 마련
by sha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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쥘 베른의 로망, 혹은 떡밥
미국은 1957년 5월에서부터 10월까지 네바다주의 실험장에서 일련의 핵실험을 수행한 적이 있습니다다. 이 핵실험들은 "플럼밥" 작전(Operation Plumbob) 이라는 작전명 하에서 수행되었습니다.

1957년 8월 27일, 핵실험장의 지하 500피트(152미터)에서 소형 핵폭발이 일어났습니다. 핵폭발장치의 폭발력(Yield)은 300톤(0.3킬로톤, 300기가칼로리)로서 초소형 핵분열장치였죠. 이 개별 폭발실험의 이름은 파스칼-B 였습니다. 이것은 초창기 지하핵실험 가운데 하나로서, 동년 7월에 수행된 파스칼-A 실험에 이어 두 번째였습니다.

파스칼 계열의 실험을 한 주요 목적은 정상적 기폭절차가 아닌 외부충격, 전기적 잡음, 유폭 등으로 인해 핵폭탄의 기폭약이 비정상적으로 점화될 때 어느 정도의 핵에너지가 방출될 것인가를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호사가들 사이에서 떠도는 말에 따르면 파스칼-B 핵실험에는 매우 황당한 실험이 덧붙여져 있었으니, 그것은 다름아닌......


[보기]


우주발사체였다고 합니다.



다시말해 우주로 물체를 쏘아올릴 수 있는 핵대포의 가능성을 시험했다는 겁니다.






(쥘 베른의 소설, "지구에서 달까지"의 영향을 받아 1902년 제작된 영화의 한 장면
쥘 베른은 포구초속 11.2km급의 커다란 대포 탄환을 타고 달여행을 하는 이야기를 썼다.)






......그 주장이 전하는 바는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파스칼-B 실험에서 핵폭발장치는 지하 수직갱 500피트 아래에 설치되었는데, 핵폭발장치 바로 위가 약 1톤 가량의 콘크리트 덩어리로 막혀있었습니다. 그리고 수직갱의 입구는 두꺼운 철판으로 막혀있었습니다. 이를테면 맨홀뚜껑인 셈이죠. 핵폭발에서 발생한 강력한 에너지는 콘크리트 덩어리를 순식간에 기화시켰고, 이 무지막지하게 강력하게 팽창하는 기체는 "맨홀뚜껑"을 그대로 하늘높이 날려올려버렸습니다.

실험에 참여한 과학자의 계산에 따르면, 이 "맨홀뚜껑"이 수직갱 입구에서 발사될 때의 속도는 무려 지구탈출속도의 6배(대략 67.2 km/s)까지 달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인류가 처음 우주로 쏘아올린 물체는 절대 스푸트닉(1957년 10월 발사)이 아닙니다. 인류는 맨 처음 맨홀뚜껑을 우주에 쏘아올렸던 것입니다. 초기 발사속도를 고려할 때 그 맨홀뚜껑은 지금쯤 명왕성 근처까지 가 있겠죠.




이 이야기는 1992년에 스미소니언 재단에서 발행하는 Air & Space 잡지에 소개되어 나름 유명(?)해졌다고 합니다. 참 먹음직스러운 떡밥이긴 한데......

...그런데 이게 과연 사실일까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이야기의 상당부분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1. 이 핵실험에서 지하갱도 위에 철제 "맨홀뚜껑"을 달아놓았던 것, 그리고 이 "맨홀뚜껑"이 하늘로 발사된 것은 엄연히 사실입니다. 그리고 당시 핵실험을 하던 과학자들이 이 "맨홀뚜껑"의 속도에 관심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물체를 우주로 쏘아올리기 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파스칼 계열 핵실험은 세계 최초의 지하핵실험이었던 만큼, 당시 과학자들이 관심있었던 것은 핵폭발력을 지하에 안전하게 가둬두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를 아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파스칼-A 실험에서는 수직갱을 폐쇄하지 않고 그대로 놔두었으며, 파스칼-B에서는 수직갱을 위에서 설명한 방법대로 폐쇄했습니다. 폐쇄장치의 취약성과 관련된 연구에서, 핵실험에 참여한 과학자 가운데 한 명인 R.R. 브라운리는 "맨홀뚜껑"이 튕겨올라가는 속도가 얼마나 될지를 예측했습니다. 그 계산결과가 바로 "지구탈출속도의 6배" 였죠. 과학자들은 이 속도를 실제로 확인해보기 위해 맨홀뚜껑을 고속 카메라로 촬영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촬영한 필름을 현상하자, "맨홀뚜껑"은 맨 첫 번째 프레임에서만 촬영되고 그 이후 필름에는 나타나지조차 않았다는 점이 확인되었습니다.

결국 "맨홀뚜껑"의 정확한 속도를 알 수는 없었지만, 최근에 개발된 국산 견마로봇의 눈썹휘날리는 속도와 비견할만한 것은 일단 분명했습니다. 여튼 간에 과학자들이 그 맨홀 뚜껑을 결코 지상에서 다시 찾아낼 수 없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2. 그렇다면 맨홀뚜껑이 실제로 우주로 날아갈 수 있었을까요?

실제로 그랬을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실험에 쓰인 "맨홀뚜껑"은 두께 4인치급의 철제 원판으로, 그 형상은 매우 비(非)유체역학적이었기 때문에 매우 큰 공기저항을 받습니다. "맨홀뚜껑"이 받는 공기저항은 지구로 재돌입하는 우주선이나 낙하하는 운석에 가해지는 환경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운석의 경우, 충분히 큰 질량을 가지지 않는 한 대기를 다 통과하기도 전에 마찰로 인해 초기 속도를 완전히 상실한다고 하죠. 약 9톤 이상의 중량을 가진 운석만이 자신의 낙하 종단속도보다 유의미하게 빠른 속도로 지면에 격돌할 수 있다고 합니다. [주 1]

철제 원판의 중량은 대략 수백킬로그램 가량이었고, 더구나 거의 구형에 가까운 운석보다는 질량에 비해 단면적이 큰, 공기저항을 더 잘 받는 형상이었기 때문에 철제 원판이 자신의 운동에너지를 제대로 보유하고 우주로 탈출할 수 있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욱이, 철의 열용량과 Heat of Fusion을 고려하면, 운동에너지를 마찰열로 완전히 상실한 "맨홀뚜껑"은 거의 전부 녹아서 대기중에 흩뿌려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실험에 쓰인 맨홀 뚜껑이 발견되지 못한 것도 무리는 아니죠.





여튼 제법 쓸만하긴 했지만 떡밥은 떡밥에 불과합니다.







[주1] 미국 운석 협회, http://www.amsmeteors.org/fireball/faqf.html#12

참고문헌 :
http://www.nuclearweaponarchive.org/Usa/Tests/Plumbob.html
http://www.nuclearweaponarchive.org/Usa/Tests/Brownlee.html




Post Script : 핵 대포로 우주발사체를 쏜다는 아이디어 자체는 나중에 실제로 제안되었습니다. 80년대에는 "천둥우물 프로젝트" (Thunderwell Project) 라는 이름으로, 핵폭발이 순간적으로 기화시킨 물을 추진력으로 하는 우주발사용 대포가 제안된 적도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 제작된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Post - Post Script : 나중에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영화로 제작해서 또 유명해진 아사쿠라 쿠시아더 C. 클라크의 소설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서, 핵폭발을 추진력으로 하는 행성간 수송수단이 등장하죠. 물론 이런 아이디어가 위에서 언급된 떡밥, 그리고 심지어 "천둥우물 프로젝트" 에도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역시 SF는 대단해!









by shaind | 2009/10/26 23:07 | 잡생각과 뻘짓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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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THlove21 at 2009/10/26 23:24
스케일 큰 떡밥이로군요.

아니면 아직도 스푸트니크 컴플렉스를 기억하고 있다던가ㅋㅋ

사실 우리가 먼저 날려보냈다아!!(밀려오는 허무감)
Commented by ㈜계원필경 at 2009/10/26 23:59
만일 실제로 우주로 날아갔다하더라도 우주선을 무슨 날아라 슈퍼보드처럼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니...(결국은 스푸트니크만 해피엔딩해피엔딩...)
Commented by 개발부장 at 2009/10/27 09:12
역시 모든 뻘생각은 누군가가 먼저 했다--;;(지향성 전술핵이란 걸 고안했던 인간)
천둥우물... 전열화학포잖습니까!(...)
Commented by 라피에사쥬 at 2009/10/27 10:49
얼핏 고전적으로 보이는 병기 개발에도 매우 괴상야릇한 아이디어(특히 airframe을 요상하게 만들기)가 잔뜩 기용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SF에서 영감을 얻은게 본격적인 실험에 응용되는 것도 해볼만한 일인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Gespenst at 2009/10/27 21:39
완전히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에서 상상력을 자극하는거 같습니다.
내막을 쉽게 알기는 힘든편이고 추리를 하다보면 제멋대로의 결론이 나올때도 있는거 아니겠습니까. ^^
링크겁니다~
Commented at 2009/10/28 23:3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Merkyzedek at 2009/11/06 11:48
천둥우물..

옛날 백제에는 신기한 우물이 있었습니다.

이 우물은 하루에 한번 우물에서 천둥소리가 나는 것이었습니다.

왕은 이 소문을 듣고 신기하게 여겨, 관리를 통해 내려가 확인하게 해보았습니다.

관리는 촌장에게 '이 우물에서 어째서 천둥소리가 나는지 아는바 있소?' 라고 물었습니다. 촌장은 자기가 태어나기 전 부터 들려오던 터라 잘 알지는 못하고, 예전부터 들려오던 설화가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오랜 옛날 이 마을에는 '아맥리 가' 라는 가문이 있었습니다. 이 집은 천하에 부러운 사람이 없는 만큼 부자 가문이었지만. 당시 가주였던 '래이건' 는 단 하나 가지고 싶은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천상에 떠있는 별로 가보는 것이었습니다.

직녀성, 견우성 등을 돌아보며, 지상을 내려다보고 싶었던 가주는 전국으로 수소문을 한 결과, 한 도사에게서 '우물을 만들고 재화를 도사에게 바치면, 천둥소리가 나며, 신비스럽게 물이 솟아 하늘로 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결국 우물을 만들고, 각종 재보를 도사에게 바쳤지만, 몇년이 지나도록 천둥소리와 물이 솟는 일은 없었습니다. 재보를 다 잃고 절망한 '래이건'은 결국 우물에 몸을 던졌습니다.

그러자 신비스럽게도 우물에서는 천둥소리가 하루에 한번 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물이 솟아올라 천상으로 사람을 보내지는 않았습니다.

후세사람들은 이를 두고, '래이건'의 원혼이 천둥소리를 내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촌장에게 이야기를 들은 관리는 이를 신비롭게 여겨, 부하들을 시켜 우물에 내려가게 해보았습니다. 하지만 한번 '감사'를 마친 천둥소리는 이후로 다시 나지 않았고, 평범한 우물이 되어버렸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왕은 후세에 헛된 제안에 홀려 쓸데없이 재물을 낭비하지 말라는 교훈을 내리고자 천하에 널리 전하라고 일렀습니다.

이것이 천둥우물의 일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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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참... 천둥우물 하나 듣고 이런 거 만들다니. 근성이 석은 듯합니다.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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