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3/15 01:51

공정혼합물의 융해/빙결 잡상노트

혼합물의 가열/냉각 곡선 (1)(Lovos) 로 보낸 트랙백




염화나트륨과 물의 상태도.


염화나트륨과 물의 공정점(Eutectic point)은 온도 영하 21.1도, 염화나트륨 비율 23.2%이다.

참고로, 오른쪽 위의 halite는 우리가 흔히 아는 염화나트륨의 형태인 소금이다. 가운데의 hydrohalite는 소금......하고는 좀 다른데, 염화나트륨이 물 분자와 함께 저온에서 이루는 특수한 결정이다. 조성은 NaCl*2H2O이며 결정구조는 단사정계로, 입방정계인 보통의 소금과는 전혀 다르다. (비슷한 경우로는 황산구리 무수물에 물을 뿌리면 투명한 푸른색 오수화황산구리 결정이 생겨나는 것 등이 있다. 이렇게 이온결합물질의 결정구조 형성에 참여하는 물을 결정수라고 함.) NaCl*2H2O는 질량비로 치면 약 61%이다.

이 상태도를 보는 법은 흔히 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상태도를 보는 방법과 대체로 같다. 다만, 보통 단일 물질의 상태도는 온도와 압력이 양대 변수이지만, 여기서는 온도와 혼합비가 주된 변수로 된다. 압력은 주로 1기압으로 가정된다. 이러한 타입의 상태도는 대부분 액체와 고체에 적용되는데, 이런 상들은 온도와 압력에 따른 부피 변화가 기체에 비해서는 극히 미미하기 때문에 (부피의 변화는 그 자체가 주변 압력에 대해 하는 '일'이므로 엔탈피에 영향을 준다.) 일상적인 수준의 압력 변화로는 상변태에 큰 영향이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래프상의 각 실선은 여러 상(phase)간의 경계선을 나타낸다. 실선으로 나눠진 한 영역에서 다른 영역으로 간다는 것은 상이 변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liquid에서 ice + liquid 로의 경계선을 넘어 간다는 것은 소금물에서 얼음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liquid + halite 로 경계선을 넘는다는 것은 소금이 석출된다는 뜻이다. 또는 용해도를 초과한 소금이 다 녹지 않고 가라앉아버렸다던가.



이 상태도를 보고 소금물을 냉각시키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보자.

먼저 소금물의 농도가 공정점의 비율(23.2%)보다 낮은 묽은 소금물이라면, 온도가 0도 이하로 떨어지다가 liquid / ice+liquid 경계선을 넘으면 응결로 인해 고체(얼음)가 생겨난다. 문제는 상태도에서 보듯이 얼음의 고체 결정은 염화나트륨을 거의 포함할 수 없기 때문에, 얼음이 생겨나면 그만큼 용액의 농도는 더 짙어진다. 농도가 더 짙은 용액은 온도가 더 내려갈 여지가 있으므로(어는점이 더 낮아지므로) 고체가 생겨나는 동안에도 온도는 더 내려갈 수 있다. 즉, 순물질과는 달리 소금물은 어는 동안에도 온도가 내려간다. 물론 그와 함께 농도도 더 짙어진다. (이런 과정을 brine rejection이라고 하고, 바닷물이 얼어서 생긴 빙산이 민물인 이유이다.) 그리고 온도에 따른 용액의 농축은 liquid/liquid+ice 사이의 경계선을 따라간다고 볼 수 있다.

(보너스 : 주어진 조성과 주어진 온도에서 소금물이 liquid+salt 의 영역에 있다면, 온도에 따라 얼음과 소금물이 얼마의 비율로 섞여 있는지를 간단한 비례식으로 알 수 있다. 이것이 lever rule인데 이는 수학적으로 매우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는 공정 비율인 소금물의 온도가 공정점에 도달해서 응결이 일어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공정 비율의 소금물은 공정점에 도달할 때까지 액체상태를 유지하면서 냉각될 수 있다. 공정점에 도달하하고 나서, 예컨대 아주 작은 얼음 결정이 생겨났다고 가정하자. 앞서 보았던 묽은 소금물과 마찬가지로, 소금물에서 얼음이 생기면 그만큼 만큼 얼음덩어리 주변의 용액의 농도는 높아진다. 그러나 여기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공정점은 얼음이 얼기 시작하는 경계선과, 염화나트륨이 hydrohalite로 석출되는 경계선이 만나는 지점이다. 즉, 이 온도와 조성에서 용액은 이미 더이상 염화나트륨 포함할 수 없을만큼 포화된 상태인 것이다. 그러므로 얼음이 생겨나면, 동시에 주변의 용액은 고체 염화나트륨을 석출할 수밖에 없다. (hydrohalite의 형태로.)

이렇게 해서 공정 비율의 소금물은 순수한 물이 얼음이 될 때와 비슷하게, 모든 소금물이 고체가 되기 전까지는 온도가 낮아질 수 없다.

(물론 이상의 논의는 평형상태에서 그렇다는 말이다. 비평형상태라면, 순수한 물도 과냉각된 상태로 0℃보다 낮은 온도에서 액체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



여담으로 남은 의문을 풀어보자.

공정점은 두 순물질의 녹는점보다 더 낮은 지점에서 생긴다. 이는 우리가 땜납으로 유용하게 쓰고 있는 바이다. 땜납은 납보다, 그리고 주석보다도 더 낮은 온도에서 녹는다. (참고 : 납과 주석의 상태도. 납과 주석 역시 공정혼합물임을 알 수 있다.) 소금물의 어는점 내림 역시 빙결 방지용으로 쓰이는 경우가 있다.

왜 녹는점이 내려가는가?

(이하의 비유는 Lovos님의 비유와 비슷하지만 실제 비유하고 있는 대상은 조금 다르므로,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미리 언급해두겠다.)

운동장에 초딩들이 서로 손을 잡고 늘어서있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2차원 결정을 만들려면 초딩들이 손이 3개 이상이어야 하겠지만 그건 넘어가자. -_-ㅋ) 초딩들을 움직일 수 있게 하려면 초딩들이 서로 손을 잡는 힘보다 더 큰 힘으로 떼어놓아야 할 것이다.

이제 두 종류의 초딩들이 있는데, 이는 곧 여자와 남자 초딩들이다. 초딩들이 남자끼리, 또는 여자끼리 손을 잡고 있다면 초딩들을 떼어놓는데는 남자 혹은 여자가 서로 손을 잡는 고유한 힘보다 더 큰 힘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남자와 여자가 서로 섞여서 손을 잡고 있다면 어떨까.

내가 국민학교 때는 남자와 여자가 손을 잡는 것은 부끄러운 일로 여겨졌기 때문에 매스게임 같은 걸 하려고 남자와 여자를 섞어서 손을 잡게 시켜놓으면 서로 서먹서먹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남녀칠세부동석의 분위기여서 그랬는지, 아니면 '얼레리꼴레리, xx와 oo는 서로 사귄대요' 하는 스캔들을 걱정해서였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므로 남자아이들과 여자아이들이 섞여서 손을 잡고 늘어서 있다면, 남자끼리, 혹은 여자끼리 손을 잡고 있는 경우보다 더 떼어내기 쉬울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즉, 이런 초딩들처럼 거동하는 혼합물 고체는 순물질일 때보다 더 적은 열에너지를 가해도 쉽게 고체 결합이 끊어져서 액체로 되는 것이다.



Post Script :

이번에는 초딩이 아니라, 뇌가 호르몬에 찌들어있는 중딩~대딩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아마 일반적으로 남자-여자를 섞어서 손을 잡고 있다면 남자나 여자들끼리 있는 것보다 떼어내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_-ㅋ)

그러므로 이런 거동을 하는 고체 혼합물은 위에서 언급한 공정혼합물과는 반대로, 순물질의 녹는점보다 더 높은 온도에서 융해될 것이다. 그런 경우가 실제로 있는가?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있다.

티타늄과 알루미늄 혼합물의 상태도. 복잡하긴 하지만 그림에서 왼쪽 위, 알루미늄이 약간 함유된 베타-티타늄과 액체상태 사이의 경계선을 보면, 순수한 티타늄이나 순수한 알루미늄보다는 알루미늄이 약간 섞인 티타늄이 더 높은 온도에서 녹는 것을 알 수 있다.



덧글

  • 채널 2nd™ 2013/03/15 23:54 # 답글

    상태도는 ... 정말이지 ... 열정과 끈기의 상징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단, 감탄) ;;;
  • shaind 2013/03/16 10:21 #

    요샌 열역학적으로 컴퓨터 계산을 해서 만듭니다.



    ......해보면 그것도 쉬운 게 아니지만
  • 2013/03/19 08:3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shaind 2013/03/19 08:49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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