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4/03 21:19

이런 논리는 왜 틀렸는가? WebLog

대북 적대정책은 친북정책 (pundit)


위 글은 북한이 난동을 부리는 것은 그들이 위협을 느끼기 때문이며, 따라서 북한에 위협을 주는 행동은 해서는 안되며 심지어 친북적이라고까지 하는 주장인데, 이는 핵볕햇볕정책의 주된 논리이기도 하거니와, 문제를 호도하는 측면이 강하다.

물론 혁명적 세력의 동기는 방어적인 것일 수도 있다. 자신들이 위협받고 있다는 주장은 솔직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혁명적인 세력을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는 그들이 위협을 느낀다는 점이 아니다. 그런 인식은 주권국가들로 이루어진 국제관계의 본질상 당연히 따라오기 마련이다. 문제는 그 어떤 것도 그들을 안심시킬 수 없다는 점에 있다. 그들에게는 오직 절대적인 안전 -적대세력의 무력화- 만이 충분한 보장으로 여겨지며, 따라서 절대적 안전을 추구하는 한 세력의 욕망은 모든 다른 세력에게 절대적인 불안전을 뜻하게 된다. 

헨리 키신저, "A World Restored: Metternich, Castlereagh and the Problem of Peace 1812-22", Boston: Moughton Mifflin Co., 1957, pp.1-3
혁명적 세력 상대하기(sonnet)의 번역으로부터 재인용 (강조는 필자)


북한이 위협을 느끼지 않으면 난동을 부리지 않을 거라는 말은 기본적으로 옳다. 그러나 이는 너무나 당연한 거라서 애초에 문제거리도 안 된다. 진짜로 중요한 것은, 대체 얼마나 양보해줘야 북한이 위협을 느끼지 않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것이야말로 정상적인 국가와 북한 같은 Outlaw (위 인용문에서 '혁명적 세력'이라고 표현한) 의 진정한 차이점인 것이다.

북한이 절대적이고 궁극적인 안전을 보장받는 방법은 무엇인가? 그것은 물론, 북한을 위협할만한 힘을 가진 모든 세력들이 '타도'당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의 안전을 위해 우리 자신을 포함하여 미국과 일본과 심지어 중국까지 모조리 '타도'된 세계를 만들어주어야 하는가? 그럴 리가.

여튼 실제로 뭘 해줘야 북한이 안전하다고 느낄까? 지금 하는 것 같은 한미연합훈련 같은 것만 안 해주면 북한이 위협을 안 느끼고 난동을 부리지 않게 될까? 그건 아닐 것 같다. 북한이 위협을 느끼지 않을 조건은 북한이 핵을 통해 은연중에 원하는 것에 비추어 보면 어느정도 추측이 가능하다. 여기에 관해서는 빅터 차의 글(번역문)이 제일 적나라하게 나타내고 있는 것 같다.

빅터 차가 증언하는 내용들은 북한이 혁명적 세력임을 드러내는 아주 클래식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 나서서 북한을 침공하지 않겠다는 보장을 할 때, 여기에는 당연히 일정수준의 위험(risk)이 있다. 미국이 스스로의 보장을 깨트리고 북한을 위협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그러므로 북한이 이것을 '종이쪼가리'라고 부르는 것은 반쯤은 사실인 것이다.

문제는 북한의 이러한 불안을 실제로 해소시켜줄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 미국이 강한 군사력을 갖고 동북아 세력균형의 안정을 유지시키고 있는 한, 미국이 어떤 약속을 하고 얼마나 유화적인 태도를 취하더라도, 북한에 대한 미국의 침공 가능성은 상존한다. 그렇다면 미국이 오직 북한을 위해서 스스로 군사적으로 몰락해야 한단 말인가?

약소국은, 자신을 약소국으로 하는 국제질서를 받아들이는 한 강대국이 제공하는 안전보장이나 동맹에 비록 준수되지 않을 가능성이 상존하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약소국과 강대국의 협상게임은 이 큰 틀 안에서 얼마나 안전보장의 준수가능성을 높이는가, 존재하는 위험(risk)를 서로간에 얼마만큼 배분하는가의 문제인 것이다. 이것이 국제사회의 상식이다. 이는 상업거래에서 존재하는 Risk를 거래 쌍방이 어느정도 부담해야 하는 것과 같다. 북한이 미국의 제안을 '종이쪼가리'로 규정했던 것은 이 상식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남은 것은 (지금의 국제질서하의 모든 지정학적 균형을 깨트리고 동북아의 군사적 불안정성을 대폭 증가시키면서 )북한 자신이 미국과 대등한 입장을 가진 핵무기 보유국으로 우뚝 서는 것뿐이다. 즉 북한이 스스로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 한다고 주장하는 일련의 행동은 결국 동북아가 북한핵무기의 위엄에 설설기는 것이 목표이며, 따라서 북한이 추구하는 안전보장은 다른 모든 나라의 불안전을 의미하게 된다.

(여담 : 빅터 차의 글에서 나오는 북한의 상호핵군축 드립은 눈에 익다. 왜냐면 불과 며칠 전에도 북한이 세계의 비핵화 같은 드립을 쳤기 때문이다. )



북한이 위협을 느끼지 않게 해줘야 한다는 논리의 종착점은, 우리가 머리맡에 북한 핵무기를 베고 자게 되는 결말이다.

우리가 북한을 위해 뭘 해줄 수 있는지 생각하기 전에, 먼저 북한이 자신의 목표를 국제사회의 상식이 통하는 범위 안으로 낮추어야만 한다. 그러고 나서야 북한과의 대화, 타협, 협상이라는 것이 가능하기라도 할 것이다.


"히틀러는 매우 유능했지만 어디서 멈춰야 할 지 몰랐소."

- I.V. 주가쉬빌리 "스탈린" -





그건 그렇고, 햇볕정책은 이미 10여년간 테스트된 이론이다. 그 테스트의 결과는 대략 이렇다.

1. 북한은 우리의 행동변화에 따라 행동을 바꾸지 않았다.

2. 심지어 우리의 행동변화만으로는 북한이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위협을 제거할 수조차 없다. (그 위협이 실존하는지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3. 북한은 핵보유국으로서의 위세와 지위를 갖고서만 할 수 있는 일련의 조치들을 통해서만 위협을 느끼지 않게 될 것 같다.





덧글

  • net진보 2013/04/03 21:30 # 답글

    울나라 일방적인 핵볕정책?! 지지자들의 엘파요 오메가인 그 현실을 인지장애가 있는지제대로 인지하고못하는게 안습이네요.정말;;;
  • Sakiel 2013/04/03 21:59 # 답글

    그리고 위협을 느끼지 않는 순간 한국이 위협을 느끼겠죠.

    ㄷㄷㄷ
  • unmp07 2013/04/03 22:01 # 답글

    왜 이글루스는 글에 추천기능이 없나요?
  • net진보 2013/04/03 22:14 #

    이오공감있긴합니다.
  • kuks 2013/04/04 00:23 # 답글

    저런 주장을 하는 사람은 평화 때문이라고 하겠지만, 그 평화라는 것도 순간만 지속되는 불안정한 균형일 뿐이죠.
  • Charlie 2013/04/04 10:55 # 답글

    북한이 위협을 느끼지 않는 상황은 남한이 적화통일 되고 미국이 사라져도 오지 않을거라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 살라망카 2013/04/04 12:03 # 답글

    문제는 북한이 독재를 넘어 종교적으로 변해 버린게 핵심입니다.
    마치 사이비 교주를 모시는 핵심계층과 그를 따르는 수많은 신도들 처럼요.
    이런 종교집단이 뭘 할지 누가 알겠습니까? 아무도 예상 못하죠.

    우리가 북한을 경제적 무슨 교류 뭔가로 변화시키겠다고요?
    북한이 경제를 중시했다면 지금 북한상황 까지 가지도 않았을 걸요.
    북한은 이미 신을 모시고 있는 국가인데, 그게 북한에게 통할거 같나요?
    수많은 외부의 혹독한 시련에서도 오직 믿음 하나로 이겨내고
    마침내 핵이라는 신의 권능을 갖게 됐는데요.
    오히려 저쪽이 우리를 비웃을 겁니다.

    일반적인 독재국가를 생각하면서 거기에 생각을 맞춰 나가려고 하니 자꾸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그냥 답이 없습니다. 전통적인 국가대국가 협상으로는 거의 영향을 못미칠겁니다.
    일반적인 사이비교들처럼 비참한 자체 붕괴나, 내부의 분열로 인한 새로운 종교탄생은 있을 수 있겠죠.
    아니면 강제 진압.
  • 森川 2013/04/04 13:15 # 답글

    북한이 고르바초프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 엑스트라 1 2013/04/04 15:20 # 답글

    전쟁이나 극한대립 옵션을 거론하는 것만으로 호전광으로 모는 정치풍토에서라면 우리는 북한과의 협상에서 결코 대등한 위치를 점유하기 어렵겠지요.
  • 버서크 나이트 2013/04/04 15:36 # 답글

    위협을 느끼는 대상이 실존하지도 않기에 그 대상을 소거하는것은 불가.
    (뭐, 굳이 따지자면 지들이 유지하려 드는 정권 그 자체가 위협의 원인이긴 한데...)
    위협을 느끼는 주체를 없애면 위협을 느끼지 못할테니 북한을 몰살시켜야...(응?)
  • Frost 2013/04/04 17:24 # 삭제 답글

    논리의 문제점을 정확히 지적해 주셨네요. 감사합니다.
  • 零丁洋 2013/04/04 19:10 # 답글

    우리의 상식과 북한의 상식이 같을까요? 만약 상식이 같다면 남북분단과 대결이 일어났을까요? 통일은 그걸 넘어서는 것입니다.
  • 김믿음 2013/04/05 00:23 # 삭제

    상식이 없는 놈들에게 맞춰갈 이유는 없습니다. 상식없는 놈들은 상식없는 요구만 할테니까요.
  • 써러브레드 2013/04/05 11:29 # 답글

    결국 친북자들은 종북자일수밖에 없는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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