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0/30 21:26

톡 쏘는 맛 도서




오구라 백인일수 62번

夜をこめて
鳥のそらねは
はかるとも
よに逢坂の
関はゆるさじ
요오코메테
도리노소라네와
하카루토모
요니오우사카노
세키와유루사지
밤이깊어서
헛된 닭울음소리
꾸미겠지만
결단코 오우사카
관문은 용서없네





※ CV : 다나카 리에(田中理恵)



이 시가 쓰여진 경위는 마쿠라노소시(枕草子)의 131단에 잘 기록되어 있으니 따로 길게 쓸 필요는 없을듯.

시 자체도, 시를 쓰게 된 경위도, 여러모로 세이 쇼나곤 그 자체라고 할 만하다.

후지와라노 유키나리(藤原行成)도, 다치바나노 노리미쓰(橘則光)도 모두 시재(詩才)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는데, 세이 쇼나곤 같은 재녀가 그런 사람들과 주로 엮이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다.


Post Script : 위 시에 대한 유키나리의 답가를 붙여넣어본다.

逢坂は
人越え易き
関なれば
鳥鳴かぬにも
あけて待つとか
오우사카와
히토코에야스키
세키나레바
도리나카누니모
아케테마쓰토카
오우사카는
사람이 넘기쉬운
관문이어니
닭이 울지 않아도
열고 기다린다던가




--------------



코시키부노 나이시(小式部内侍)는 이즈미 시키부(和泉式部)의 딸인데, 모녀가 공히 쇼시(彰子) 중궁을 섬겼다. 코시키부노 나이시는 어려서부터 시재가 뛰어났는데, 더러는 당대에 이미 유명한 가인이었던 어머니가 대신 지어주지 않았나 의심하였다.

이즈미 시키부는 남편이 단고(丹後)의 지방관으로 부임하여 교토를 떠나 있었는데, 어느날 노래 겨루기 시합(歌合)에 초대된 코시키부노 나이시에게 후지와라노 사다요리가 "단고에서 편지(어머니가 써준 시)가 아직 도착하지 못했나 봅니다." 하고 비꼬자 다음의 노래를 읊었다고 한다.


오구라 백인일수 60번

大江山
いく野の道の
とほければ
まだふみも見ず
天の橋立
오오에야마
이쿠노노미치노
토오케레바
마다후미모미즈
아마노하시다테
오에산으로
들녘을 가는 길이
멀기때문에
아직 편지도 없는
아마노하시다테





※ CV : 다나카 리에(田中理恵)


멀리 떨어져 소식도 알 수 없는 부모에 대한 그리움을 절절하게 표현함으로써, 동시에 좌중에서 비꼰 사람을 한 순간에 공인 개새끼로 만들어버리는 재능이 특히 돋보인다고 하겠다.




아마노하시다테(天の橋立)는 단고 반도에 있는 일본의 유명한 절경이다. (일본의 3대 절경에 들어간다고도 함) 또한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교토(헤이안쿄)에서 단고로 가려면 이쿠노(生野) - 현재의 후쿠치야마시(福知山市)의 일부 - 를 지나 오에산(大江山)을 넘게 된다. (그리고 이쿠노 - 生野 - 는 가는 들판 - 行く野 - 로도 될 수 있다) 이런 지명들을 적절하게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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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니노 삼미(大弐三位)의 애인 - 아마도 평소부터 여러 여자 집을 전전하던 전형적인 헤이안 플레이보이였던 - 이 오랫동안 방치플레이를 하다가 문득 "만나지 못해 불안합니다. 마음이 변하신 건 아닌지?" 하고 뻔뻔스러운 편지를 보내왔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시로 답했다.


오구라 백인일수 58번

ありま山
猪名の笹原
風吹けば
いでそよ人を
忘れやはする
아리마야마
이나노사사하라
카제후케바
이데소요히토오
와스레야하스루
아리마산의
이나의 조릿대밭
바람이 불면
어찌한들 당신을
잊을수가 있으리





※ CV : 다나카 리에(田中理恵)


'이데소요'는 강한 긍정을 나타내는 말인 동시에 갈대가 바람에 한들한들 움직이는 모습을 나타내는 의태어(일본어로 そよそよ)를 품고 있다. 그러니까 중의적으로 '바람 불면 흔들리는 아리마산의 조릿대같은 너를 잊을 리가 있겠냐?' 하고 쏘아붙이는 의미가 같이 담겨있다.

통속적으로, 갈대가 흔들리는 것은 여자의 마음이 쉽게 흔들리는 것을 비유하는 용도로 많이 쓰이는데, 여기서는 그 반대로 남자의 바람기를 지적하는 용도로 쓰이고 있는 것도 재미있다.

백인일수에서 가장 통쾌한 시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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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재미있는 공통점은, 위의 세 수를 지은 사람들은 모두 그 이름이 백인일수에 오를 정도로 유명한 가인들의 딸이라는 점이다. 즉 세이 쇼나곤은 기요하라노 모토스케(清原元輔)의 딸, 코시키부노 나이시는 이즈미 시키부의 딸, 그리고 다이니노 삼미는 말할것도 없이 무라사키쨩(...)의 딸이다.

그리고 내가 보기엔 하나같이 딸들의 시가 부모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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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 Script : 위의 swf 플래시 오브젝트들은 아래의 브라우저에서 테스트되었음
win32 - Opera12(동작), Firefox 24(동작), Chrome30(동작), MSIE7.0(실패)
android 4.1.2(adobe flash plugin 11.1) - 안드로이드 기본 브라우저(동작), Opera Mobile(실패), Dolphin Browser(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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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진냥 2013/10/30 23:56 # 답글

    여자의 입장이 부자유하던 시대에 자신의 재능을 떨치고 이름을 남긴 패기가 와카에서 묻어나는군요.
  • shaind 2013/10/31 00:12 #

    세 사람 모두 여방이 되어, "웬만한 신분의 딸이라면 역시 뇨보로 입궐하여 이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봐야 한다"던 세이 쇼나곤의 말을 잘 실천한 사람들이죠.

    청령일기 같은 걸 보면 그야말로 헤이안시대 여자의 삶이란......
  • 나대지마라 2013/11/05 10:53 # 삭제 답글

    씨발놈아
  • 어촌계 2013/11/20 03:07 # 삭제

    SHAIND님 미안합니다만 이 이상한 생물체가 쓴 나대지마라 댓글들 그냥 다 지우고 차단먹이시지요. 비로긴으로 이런 익명 악플, 안타깝습니다.
  • shaind 2013/11/20 10:26 #

    어촌계 // 저는 사람이 쓴 리플은 웬만하면 지우지 않는 원칙을 유지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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