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21 19:52

토지공개념에 자연발화 잡상노트




대한민국헌법제23조2항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

민법제2조2항 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
※ 권리남용금지의 역사는 대한민국헌법의 역사보다 더 오래되었다.

대한민국헌법제122조 국가는 국민 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에 관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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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공개념이란 무엇인가. 토지공개념이라는 애매하기 짝이 없는 개념은, 주로 그것이 토지국유제, 토지공유제 따위의 고도의 사회주의적 정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내세우기 위해 사용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이것이 얼마나 위험한지에 관해서는 개별판단해야 한다. 스위치 눌린 것처럼 반응할 게 아니라.

조국이 토지공개념이라는 떡밥을 던지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지 않은 점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것이 실제 헌법에 포함되기까지 생각보다 대단히 많은 스텝이 남아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여튼, 토지공개념의 구체적 내용이 밝혀지지 않은 한, 우리는 과거 토지공개념의 입법례인 노태우 토지공개념을 바탕으로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 택지소유상한법 : 그야말로 개인이 자유롭게 소유할 수 있는 택지의 상한선을 정하고, 상한을 넘은 소유는 행정관서의 허가를 받도록 한 법.

  • 개발이익환수법 : 택지개발사업으로 인해 증가한 개발토지의 가격은 국고/지방자치단체로 환수하는 법.

  • 토지초과이득세법 : 토지개발사업으로 소유 토지의 가격이 상승하여 차익을 얻은 자에게 과세하는 법.


지금 듣기에는 굉장히 가혹하게 들리지만, 이정도 강도의 규제법률은 토지소유권의 폐지라던가 토지공유제 같은 것과는 거리가 백만광년정도는 떨어져있음이 분명하다. 그런데 90년대 말에 이르러, 이런 법들은 전부 위헌, 헌법불합치로 날아가버리거나 사실상 무력화됐다. 즉, 현행헌법에는 분명히 토지소유권의 행사에 규제를 가할 수 있는 근거가 있음에도, 실제로는 그 해석상 가할 수 있는 규제에는 상당한 제한이 있다는 것이다.

한편 뉴스기사에 나온 것만을 토대로 추측해보건대, 문재인의 개헌안에 나온 토지공개념의 실질적 의의는 토지거래에 관한 각종 규제법률에 좀더 명확한 헌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즉, 토지공개념은 현행헌법상 전혀 불가해한 외계인의 제도도 아니고, 토지소유권이라는 개인권리의 폐지 같은 공산주의적 정책이 아니라, 이를 원칙으로 함을 유지하면서도 이를 규제할 수 있는 예외들을 현행보다 좀더 넓게 인정하자는 것이다. 개인적인 정치적 견해상 딱히 좋을 것 같지는 않지만, 이걸 한다고 해서 대한민국 망하고 대한민국 남미화라느니 왕토사상이라느니, 심지어 북한처럼 국가가 토지소유권을 가지고 국민에게 토지를 임대하는 제도라는 식의 소리는 확실히 자연발화처럼 느껴진다.





토지의 이용, 개발, 수익처분에 관한 규제 자체는 항상 존재해왔고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며, 토지에 관한 개인의 권리행사를 더이상 규제하지 않게 되는 것은 토지소유권이 완전히 폐지되고 모든 토지가 국유화되는 때 밖에 없을 것이다. 북한에 토지규제가 있다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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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개헌안들의 상당수는 기존에 많은 헌법학자들이 문제라고 지적해왔던 것들로서, 예컨대 검사의 영장청구권에 관한 개헌이나, 수도에 관한 규정이 그렇다.

한국의 검사제도는 일본과 더불어 자유세계에서 제일 후진적인 축에 속한다. 공소독점권을 갖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선출직도 아닌 행정부 관료인 그런 존재는 그 입법례를 찾기 어렵다.

그리고 저 유명한 관습헌법드립 - 수도를 옮길 수 있으려면 적어도 헌법개정에 준하는 절차가 요구된다고 헌법재판소가 판시한 이상, 그리고 한국의 수도 위치가 한국의 안보에 대단한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수도에 관한 개헌안은 시의적절하다고 보인다.

1987년체제는 분명히 개선이 필요한 점이 있고, 문재인표 개헌에 반대하는 세력조차 이걸 외면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판에 뛰어들어서 조금이라도 독소조항을 쳐내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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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전문에 관한 생각.


행정규칙의 입법근거는 대통령령이고, 대통령령의 입법근거는 법률이고, 법률의 입법근거는 헌법이다. 그런데 헌법의 근거는 무엇인가?

이 지점에서 비로소 날것 그대로의 정치가 법률과 만나게 된다. 즉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권력을 바탕으로 정체를 설립하는 사회계약을 한 것이다.

사람들이 왜 권력을 가졌는가? 여기에 대한 대답은 그들이 실제로 권력을 가졌으며, 이를 실제로 입증한 예를 보여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따라서 헌법학자들은 대한민국 헌법을 기초할 때, 대한민국 사람이 왜 자기 정부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근거로서 3.1운동과 같은 민중운동을 제시한 것이다. 왜 대한민국 사람들이 자기 정부를 가져야 하지? 자기 자유와 권리를 더 잘 인정받을 수 있기 위해서는, 예컨대 대한민국이 통째로 미국시민이 되면 충분할텐데 말이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다른 민족이나 국가의 지배하를 도저히 견뎌하지 못하고, 이로 인해 떨쳐 일어났다는 사실만이 그 근거가 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이후의 헌법에 있어서도, 사람들은 자신의 힘으로 기존의 정체를 뒤집을 필요성을 표출했으며, 이것이 새로운 정체를 세우기 위한 헌법 입법의 근거가 되었던 것이다. 이것이 4.19가 헌법전문에 들어간 경위이다. 이런 선례가 존재한 이상, 부마항쟁이며 5.18, 6월항쟁이 헌법전문에 도입되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일이다.

따라서 헌법이 대규모 정치적 변동을 초래한 민중운동을 전문에 표시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헌법의 근거가 사람의 떼가 가진 날것 그대로의 힘인 이상, 보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국가의 탈을 쓴 도적떼처럼 보이는 것도 이상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생긴지 100년도 채 안되어 정치체제를 쌓아올리는 입장에 있는 이상 이런 식으로 헌법전문에 나타난 민중항쟁들이 업데이트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깔끔하고 사무적으로 정부와 인민 간의 계약서로 끝내면 보기 좋다고 생각하지만서도, 정부의 존립근거는 거기에서만 찾을 수는 없다. 헌법은 법의 세계 바깥에 발을 걸친 존재이다.




덧글

  • 遼東史에서 遼黑史로 2018/03/21 20:51 # 답글

    광주사태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죠.
    그 흔한 여론조사조차 한 일이 없습니다.
    이것이 민중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자료죠.

    http://kallery.net/s.php?i=612
    http://kallery.net/s.php?i=613
  • 遼東史에서 遼黑史로 2018/03/21 20:59 # 답글

    미군정 하에서 일어난 대구와 제주의 인민봉기는 헌법전문에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의 형성에는 기여하지 않은 민중운동이기 때문이죠. 광주사태 직후에는 제5공화국 헌법이 만들어졌습니다. 현재의 629헌법은 87년 민중운동으로 만들어졌죠.
  • 헬센징 2018/03/21 21:40 # 답글

    헌법 전문에 대해서는 자연권, 천부인권을 이야기하는것으로 충분하다고 봅니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서술 없이도 헌법전문을 구성한 나라는 많습니다. 그렇다고 이런 나라가 존립근거가 없다고 하지는 않죠. 지금 한국은 과도한 역사의 정치화 상태에 있습니다.
  • 오버쟁이 2018/03/21 21:44 # 삭제 답글

    재산으로서의 토지는 그저 일시 귀속된 일부 이용권에 불가한 개념일텐데요
    어디서 뚝떼서 집안에 꿍쳐놓았다가 해외에 보내거나 숨겨놓을 수 있는 물건도 아니고..
    국토가 엄연히 침해 불가능한 국가의 구성 요건으로 포함되어 있는 것을 보아도
    다른 사유재산과는 성격이 전혀 다르지요.
    배울만큼 배우신 분들이 왜그리 오버하는지 몰라요.


  • 산마로 2018/03/21 23:12 # 삭제

    전혀요. 누가 그런 바보같은 소릴 하던가요?사회주의자들뿐이죠. 그리고 국토와 사유재산으로서의 토지는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내가 미국 땅을 사면 그 땅이 한국 땅이 되는 건가요?
  • shaind 2018/03/21 23:43 #

    토지가 다른 재산에 비해 특수한 성질들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것이 가장 근본적인 부분에서 토지가 사유재산권, 즉 수익처분권능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법률상 사용뿐만 아니라 수익권능, 처분권능까지 갖고 있고 상속의 대상이 되는 물건인 토지를 '일부 이용권에 불과한 개념'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굳이 움직일 수 없는 것으로 따지자면 설치공작물이나 수목 같은 것도 움직일 수 없고 지식재산권도 국외로 반출할 수 없는데, 이런 게 '일부 이용권에 불과한' 권리라고 할 수 있나요? 아니거든요.
  • 김뿌우 2018/03/21 22:47 # 답글

    그냥 정신병이라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는것 ㅇㅅㅇ)... 제가 잘 아는 약학박사 정신과 선생님 계신데 그 분들 가보시라고 예약해드리고싶읍니다
  • shaind 2018/03/21 23:47 #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흔한 triggering 입니다. 앞서의 글에서처럼 미국대학에 가면 더 흔히 볼 수 있죠.
  • 산마로 2018/03/21 23:16 # 삭제 답글

    현행 헌법 하에서도 노태우의 사유재산 침해인 토지 공개념이 입법될 시도가 있었다는 것은 개정 헌법 하에서는 토지 공유제까지도 입법될 수 있음을 잘 보여주죠. 소유권 침해와 사회주의로 가고 있다는 근거 잘봤습니다.
  • shaind 2018/03/21 23:49 #

    ??? 현행 헌법 하에서 노태우 토지공개념은 위헌, 헌법불합치였는데요? 다시말해 불가능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즉 개정 헌법 하에서 어떤 또라이가 용감하게도 토지 공유제 같은 걸 입법 시도했다간 헌재한테 때찌 맞고 끝나겠죠. 다시말해 사회주의로 갈 수 없다는 근거입니다.

    '시도'한 것만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면, 예컨대 현행형법하에서도 살인을 저지르고 나서도 재판받기 전까지는 죄인이 아니죠. 그렇다고 현행형법에서 살인이 가능하다는 근거가 되지는 않습니다.

    아무리 트리거링 당하셔도 생각은 하고 댓글을 쓰셔야...
  • 鷄르베로스 2018/03/21 23:48 # 답글

    여론이랍시고 저걸 잘한다
    저거 반대하면 개자식들이다
    하는게 요즘 민도라능
  • shaind 2018/03/21 23:49 #

    문꿀오소리들 수준이야 뭐...
  • RuBisCO 2018/03/22 00:03 # 답글

    외부효과로 인한 이익을 정부로 다시 환수하는 개발이익환수법 정도면 많이 공감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 사실 거기에 너무 민감함 사람이 많긴 하더군요. 그정도도 용납할 수 없는 것이려나요.
  • shaind 2018/03/22 00:07 #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고 생각할 수도 있죠. 개발떡밥에 어중이떠중이들이 들어와서 가격을 쓸데없이 급변동시키는 그런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적용하는게 더 나을 것 같긴 한데,


    뭐 그런 규제의 가부는 둘째치고 왕토사상이니 사회주의라느니 이상한 소리가 너무 나와서 말이죠...
  • 사회과학 2018/03/22 00:23 # 답글

    잘 보았습니다.
  • 그냥 2018/03/22 00:29 # 삭제 답글

    이전부터 논의되었던 쟁점이라 하더라도
    지금 개헌 추진 방식은 졸속적이고 너무 밀어 부치는 느낌입니다.
    토지 공개념바탕으로 어떤 비전을 갖고 있으면
    그에 수반해 구체적으로 어떤 제도를 추진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고
    그러니 다소 척추반사적인 반응이 나오는 것도 이해못할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부분도 그렇고 누구말마따라 위시리스트 적어서 발표하는 듯한 느낌이라

  • shaind 2018/03/22 00:31 #

    국회 개헌특위는 2016년 12월 부터 활동을 해왔고, 오히려 너무 관심을 못 받으니까 대통령측이 개헌특위 활동을 통해 수렴된 내용들을 조금씩 푸는 것으로 보이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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