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아버지 산소는 경상도 모처의 옛 할아버지 댁 - 지금은 농공단지 부지인 - 근처 선산에 있다.
할아버지께서는 자녀들(내 입장에서는 삼촌들)을 여럿 두셨는데, 그분들은 대구, 포항, 광주, 서울, 인천, 울산 등 전국 각지의 대도시로 흩어져 자리를 잡으셨다. 이건 5-60년대생인 우리 삼촌 세대가 경제활동 하던 시절에 경제 발전이 어디서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대체로 잘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삼촌들은 각기 자녀들(내 입장에서는 사촌들)을 둘 내지 셋씩 두셨는데, 그들이 성장하고 결혼하고 자리를 잡고 보니 그들이 사는 곳은 대개 서울과 수도권이었다. 예외적으로 나는 이전에 경상도 모처에서 근무했지만, 몇 년 전 직장을 옮긴 결과 나도 결국 수도권에 살게 되었고, 나를 마지막으로 해서 이제 우리 할아버지 친손자들은 전원 수도권 안에 산다. 마찬가지로, 우리 할아버지의 증손자녀들도 모두 수도권 안에 살고 있다. 이는 결국 우리 세대에서 경제활동의 지역적 분포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 지를 볼 수 있는 면면일 것이다. 그리고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도시들이 어떻게 소멸하고 있는지도.
이제 우리 아버지도, 그리고 삼촌들도 모두 노년기에 접어드신 - 일부는 할아버지 옆 묫자리에 묻혀 계신다 - 관계로, 할아버지 산소 관리도 우리 항렬이 도맡아 하게 되었다.
문득 큰 사촌형이 말했다. "산소 말인데, 이제 이런 것도 경기도 어디쯤의 납골당 같은 곳에 이장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매번 서울에서 이렇게 내려오는 것도 힘들 텐데."
이젠 우리 집안이 경상도 어딘가에 있었다는 기억 자체도 소멸할 태세다.



덧글
앞으로 지방은 대규모 토지를 소유한 지주와 그 지주 밑에서 일하는 외국인노동자 중심으로 개편이 될 것으로 보이고요.
하지만 반대로 지방에 대규모 토지를 소유한다면 오히려 틈새시장으로서 또 괜찮을지도...
토지가 있고 농업지식이 있다면 또 괜찮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까진 안 가기만을 바래야죠.
아버지 세대: 6
우리 세대: 0
자녀 세대: 0
이정도면 소멸 맞죠. 바래고 자시고 간에 이미 일어난 일이고, 그 일어난 결과가 느껴지지 않을 뿐입니다.
물 속에서 서서히 끓여지는 개구리 꼴이네요.
정말 이러다 큰일 날 것 같은 느낌이... 쓰나미가 언제 밀려올지 그것이 문제인 것 같군요. 쓰나미가 빨리 와도 문제고 늦게 와도 문제고... 더 문제인 건 피할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고.
진작에 일본으로 이민을 갔어야 했던건지... 참담하군요.
그냥 "인터넷"에 올리는게 가장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 ;;;;
이제는 죽으면 재로 변하고, 그 재조차도 그냥 아무데나 흩뿌리는 세상이 오니 << 뿌리가 모조리 끊어진....